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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문학관 & 시인의 언덕

by 밝은햇님 2017. 7.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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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문학관 & 시인의 언덕


오늘 포스팅은 종로구 청운동에 위치한 <윤동주 문학관>과 <시인의 언덕> 방문기

깔끔하고 현대적인 외관의 <윤동주 문학관>

어제 포스팅에서도 올렸지만, 원래의 모습은 위와 같았다.

방치되어 있던 아파트 단지용 수도가압장과 물탱크 시설을 리모델링해서

2012년 현재의 세련된 <윤동주 문학관>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아름다운 공공 현대건축물로 인정받아 건축 분야 수상 경력이 화려하다. 

문학관 건물 정면에 새겨있는 윤동주 시인 얼굴이 인상적이다.  

정문 옆 벽에 시인의 얼굴과 함께 새겨진 시,

<새로운 길>

예전 국어 교과서에서 배웠던 기억이 난다.

시인의 실제 필체로 새겨졌다고 한다.  

매주 월요일은 휴관일이다. 

아이들과 청운동, 부암동 나들이 일정 잡을 때 참고해야겠다. 

문학관 옆으로 난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별뜨락>카페가 나온다. 

카페를 지나 왼쪽으로 나 있는 계단으로 더 올라가면 "시인의 언덕"이 나온다.

시인의 언덕으로 올라가면서 뒤돌아 보면, 개방되어 있는 물탱크 윗부분이 보인다. 

언덕길 바로 옆으로 서울성곽도 보이고

무대가 갖추어진 작은 야외 공연장도 있다.  

아기자기하게 꾸며 놓은 언덕길

바람 부는 가을 밤에 이곳에 오면,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그대로 느낄 수 있을 듯..

<서시>가 새겨진 시비 

<윤동주 시인의 언덕>이 새겨진 표지석, 멀리 뒷편에 보이는 산은 북악산이다.  


시인의 언덕을 한바퀴 돌아 내려와 전시관 안으로 들어갔다.

전시관 내부에서는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지만,

"종로 이야기 꾼 전기수"행사 중이라서 촬영이 가능했다.

윤동주 시인의 소장본으로, 즐겨보던 책들이라고 한다.

특히 애착을 가지고 있던 시집으로는 백석시집, 정지용 시집, 영랑시집, 을해명시선집 등이라고.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친필 원고

건물 외벽의 시를 보고도 느꼈지만, 이렇게 예쁜 글씨체를 가진 사람이었구나.. 

윤동주는 1941년 졸업 기념으로 19편의 시를 묶어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라는 제목으로 시집을 내려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고, 시집 출판이 좌절되자 원고지에 손수 적은 필사본 3부를 만들어 한 부는 본인이, 한 부는 스승인 이양하 교수에게, 마지막 한 부는 후배 정병욱에게 주었다고 한다.

윤동주 시인의 시집, 사진 자료 등이 나란히 전시되어 있다. 

윤동주의 유고 31편을 모아 출간된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초판 영인본 (1948.1) 


두 전시관 사이를 연결하는 공간, 물이 고여 있던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다. 

물탱크의 윗부분을 개방하여 만들었으며,

윤동주의 시 <자화상>에 등장하는 우물에서 모티브를 얻어

이 공간을 "열린우물"이라고 이름지었다고 한다.


-자화상-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 가 들여다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1939.9)

하늘이 보이는 개방된 공간이라서 시원한 느낌이다.

아래로 내려가면 윤동주 시인의 일대기를 보여주는 영상실이 있다. 

영상실은 물탱크를 원형 그대로 활용하여 만들어졌다. 

이 공간은 아까의 "열린우물"과 대비하여 "닫힌우물"이라고..

불이 꺼지면 왠지 윤동주 시인이 갖혀 있던 감옥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 든다.

영상이 보여지는 동안에도 이렇게 빛이 들어오는 공간이 있어 분위기가 묘하다.  

광복을 6개월 앞둔 1945년 2월 16일,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29세의 나이로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한 윤동주 시인.

시인의 일생 후반기 그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대표 시 두 편 더 올려두어야겠다.

윤동주 시인의 창씨개명일과 연관지어 이야기되는 세 편의 시.

1941년 11월 20일 <서시>

1942년 1월 24일 <참회록>

1942년 1월 29일 일본 유학을 위해 창씨개명 신청서 제출

1942년 6월 3일 <쉽게 씌어진 시>


그 중 <참회록>과 <쉽게 씌어진 시>


-참회록-


파란 녹이 낀 구리 거울 속에 

내 얼굴이 남아 있는 것은

어느 왕조의 유물이기에

이다지도 욕될까.


나는 나의 참회의 글을 한 줄에 줄이자.

-- 만 이십사년 일개월을

무슨 기쁨을 바라 살아왔던가.


내일이나 모레나 그 어느 즐거운 날에

나는 또 한 줄의 참회록을 써야 한다.

-- 그 때 그 젊은 나이에

왜 그런 부끄런 고백을 했던가.


밤이면 밤마다 나의 거울을 

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아보자.


그러면 어느 운석 밑으로 홀로 걸어가는

슬픈 사람의 뒷모양이

거울 속에 나타나 온다. 

(1942.1.24)


***


-쉽게 씌어진 시-


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육첩방은 남의 나라,


시인이란 슬픈 천명인 줄 알면서도

한 줄 시를 적어 볼까,


땀내와 사랑내 포근히 품긴

보내 주신 학비 봉투를 받아


대학 노-트를 끼고

늙은 교수의 강의를 들으러 간다.


생각해 보면 어린 때 동무들

하나, 둘, 죄다 잃어버리고


나는 무얼 바라

나는 다만, 홀로 침전하는 것일까?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육첩방은 남의 나라

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리는데,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 내몰고,

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최후의 나,


나는 나에게 작은 손을 내밀어

눈물과 위안으로 잡는 최초의 악수.

(1942.6.3)


시인 윤동주는 연희전문학교 재학시절 종로구 누상동에 있는 소설가 김송의 집에서 하숙생활을 했다. 당시 시인은 종종 인왕산에 올라 시정을 다듬곤 했고, <별헤는 밤>, <자화상>, <또 다른 고향> 등의 대표작들을 이 시기에 썼다. 이런 인연으로 종로구는 2012년 인왕산 자락에 윤동주문학관을 만들었다고 한다. 시인과 종로의 연결고리가 약간 느슨한 감은 있지만, 이야기에 맞추어 장소를 만들어내니 제법 그럴듯해져서 윤동주문학관과 시인의 언덕은 이미 종로구의 대표 명소로 유명해진것 같다. 게다가 2014년 개관한 한옥 도서관인 청운문학도서관과 가까운 거리에 있어 도심속 문화쉼터로서 시너지 효과가 더 있을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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