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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소년이 온다

by 밝은햇님 2017. 5.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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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 온다 - 1980년 5월 광주 이야기


오늘은 5.18 민주화운동기념일 37주년.

책에 대해서도 포스팅 해보기로 마음먹고, 첫번째로 떠올렸던 작품이 <소년이 온다>이다. 

일부러 오늘 5월 18일에 이책에 대해 글을 올려보자고 작정한것은 아니었는데, 무의식중에 머릿속에서 날짜에 어울리는 책으로 골라냈나보다.   



시인이며 소설가인 한강의 6번째 장편소설. 2014년 작품이다. 1980년 5월 18일부터 열흘간의 광주민주화운동 당시를 너무나 사실적으로 실감할 수 있게 해 주는 작품이다. 주인공인 정대와 동호는 당시 중학생이었다. 평범하다 못해 어리기까지 한 열 여섯살 주인공들의 이야기이다 보니, 부모의 입장에서 감정이입이 너무 많이 되었던 소설이다. 


나는 독립운동, 민주화운동 등의 투쟁, 희생을 다룬 작품들을 싫어해서 의도적으로 그런 작품들은 책이든 드라마든 영화든 피하는 편이다. 힘든 저항 과정을 지켜보면서 내가 무기력해지는 기분이 싫다.  결과를 이미 알고, 어쩔 수 없음에 마음만 아프고 눈물만 나고 우울해져서.. 그래서 이 책도 한참동안 책꽃이에 방치되어 있었다. 


한달 전 쯤, 잠 안오는 날 어쩌다 손에 잡힌 이 책을 밤새 읽었다. 가공의 소설이라고 해도 충분히 슬펐을 이야기인데, 내가 살던 시대에 같은 땅에서 일어났던 역사적 사실을 근거로 쓰인 소설이기 때문에 훨씬 마음아프고 괴로웠다.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두 소년과 치열하게 민주화를 꿈꾸며 투쟁하던 학생들, 여고생들, 일반시민들이 어떻게 이 사건에 얽히게 되고 희생되었는지를 너무 생생하게 보여주어 읽는 내내 참 힘들었다.  


이 작품의 시기적 배경은, 1979년 박정희 대통령이 암살되고 나서 등장한 신군부 세력이 힘을 키우고 있던 때이다. 신군부의 독재정치 부활을 막기 위해 시작된 민주화 운동이 1980년 5월 초에 절정에 이르러 전국에서 집회와 시위가 일어나던 시기. 광주에서도 시위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신군부는 공수부대를 투입하여 집회와 시위를 강제 진압하게 되었고, 시위대 뿐 아니라 일반 시민에게도 폭행 및 무차별 연행이 가해졌다. 이에 시민과 학생들은 계엄군에 맞서기 시작하고, 계엄군의 발포로 사상자가 급증하면서 계엄군의 무력에 맞서기 위해 무기를 획득하여 시민군이 되어 싸우게 된다. 2001년 기준으로 확인된 피해자는 사망 218명, 행방불명자 363명 등 총 7,200여명에 이른다고 한다.

  


소설의 내용을 간략히 살펴보면

<1장 어린 새>

중학교 3학년인 동호는 친구인 정대가 시위현장에서 군인의 총에 맞은 것을 보았고, 정대로부터 연락이 없자 죽었으리라 짐작하고 시신을 찾기 위해 도청으로 간다. 그러다가 손이 부족한 도청 상무관에서 시신들을 관리하는 일을 돕게 된다.

<2장 검은 숨>

동호네 집 사랑채에 세들어 살고 있던 정미, 정대 남매의 죽음에 관한 이야기. 정대의 죽은 몸은 다른 몸들과 열십자로 겹겹이 포개져 흔들리는 트럭에 실려가서 덤불숲에 던져져 불에 태워진다. 몸에서 분리된 정대의 영혼이 2장의 화자이다.  

<3장 일곱개의 뺨>

출판사 직원인 김은숙은 수배자인 번역가와 만났다는 이유로 조사실에서 실핏줄이 터질 정도로 뺨을 맞는다. 출판하려던 희곡집은 검열에서 거의 모든 부분에 먹줄이 그어져 출판 할 수 없는 상태가 되고. 1980년 5월 광주에서 당시 여고생이었던 그녀는 도청에서 만났던 중학생 동호를 생각한다. 

<4장 쇠와 피>

시위현장에서 연행되어 감옥에 갖혀 고문을 당했던 청년들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사용할 줄도 모르는 무기를 들고 아침까지만 버티면 무엇인가 달라지리라는 희망을 품고 도청에 남아있던 어린 동호와 젊은이들. 죽음을 각오하고 그 자리를 지킨것은 양심 때문이었다. 갖혀서 고문당하던 기억의 후유증으로 목숨을 끊거나 정신병원에 간 사람들, 살아남았다는 치욕과 싸우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5장 밤의 눈동자>

당시의 시민군들을 수소문해 그 때의 폭력의 경험을 녹취해 논문으로 쓰고 싶다는 "윤"이라는 사람. 과거 여공이면서 노조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감옥에 가고 고문을 당해야 했던 끔찍하게 잊고 싶던 기억들을 더듬어 증언을 하게 되는 임선주의 이야기.

<6장 꽃 핀 쪽으로>

살아 남은 동호 어머니의 독백. 동생을 살리지 못하고 자신들만 살아남았다는 자책감에 형제들은 서로를 탓하며 갈등하고 고통받는다.  

<에필로그  눈 덮인 램프> 

이 소설을 쓰게 된 과정을 작가 자신의 자전적 경험과 연결하여 정리하는 에필로그. 동호의 형은 작가에게 동생에 대해 "아무도 더이상 동생을 모독할 수 없도록 써 달라"고 부탁한다. 



오늘 37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대통령이 전한 메시지로 오늘 포스팅 마무리. 

" 80년에 희생된 광주 시민들은 누군가의 가족이었고 이웃이었던 평범한 시민이었고 학생이었다. 그들은 인권과 자유를 억압받지 않는, 평범한 일상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었다. 37년 전 그날의 광주는 우리 현대사에서 가장 슬프고 아픈 장면이었다. 5·18은 불의한 국가권력이 국민의 생명과 인권을 유린한 우리 현대사의 비극이지만 이에 맞선 시민들의 항쟁이 민주주의의 이정표를 세웠다. 여전히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5월 광주를 왜곡하고 폄훼하려는 시도가 있는데 용납될 수 없는 일이며 역사를 왜곡하고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일이다. 우리는 많은 사람의 희생과 헌신으로 이룩된 이 땅 민주주의의 역사에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1982년 광주교도소에서 광주진상규명을 위해 40일 간의 단식으로 옥사한 스물아홉살 전남대생 박관현, 1987년 '광주사태 책임자 처벌'을 외치며 분신 사망한 스물다섯살 노동자 표정두,  1988년 '광주학살 진상규명'을 외치며 명동성당 교육관 4층에서 투신 사망한 스물네살 서울대생 조성만, 1988년 '광주는 살아있다'고 외치며 숭실대 학생회관 옥상에서 분신 사망한 스물다섯살 숭실대생 박래전.  수많은 젊음들이 5월 영령의 넋을 위로하며 책임자 처벌과 진상규명을 촉구하기 위해 목숨을 걸었다.  국가가 책임을 방기하고 있을 때, 마땅히 밝히고 기억해야 할 것들을 위해 자신을 바쳤다.  오월의 영령들과 함께 이들의 희생과 헌신을 헛되이 하지 않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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