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여행 - 인제
박인환문학관
방문일: 2024년 6월 15일
박인환문학관
박인환 문학관 바로 뒷편에 박인환 시인의 생가 터가 있다고 하며,
박인환 시인은 1926년 인제에서 출생, 1956년 심장마비로 31세의 젊은 나이에 사망하셨다네..
헉!! 너무 젊은 나이인데? 학창시절 국어 시간에 분명히 들었을텐데, 이제서야 알게 된 듯..
박인환 시인.. 하면, 국어 교과서에서 접했던 시 "목마와 숙녀" 밖에 떠오르는게 없는데..
시의 내용도 잘 기억이 나지 않고, 그저 제목이 특이해서 잊지는 않고 있었던..^^
이번 기회에 시 <목마와 숙녀> 한 번 제대로 다시 읽어봐야겠다.
-목마와 숙녀-
한 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한다
목마는 주인을 버리고 거저 방울소리만 울리며
가을 속으로 떠났다 술병에 별이 떨어진다
상심한 별은 내 가슴에 가벼웁게 부숴진다
그러한 잠시 내가 알던 소녀는
정원의 초목 옆에서 자라고
문학이 죽고 인생이 죽고
사랑의 진리마저 애증의 그림자를 버릴 때
목마를 탄 사랑의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세월은 가고 오는 것
한때는 고립을 피하여 시들어가고
이제 우리는 작별하여야 한다
술병이 바람에 쓰러지는 소리를 들으며
늙은 여류작가의 눈을 바라다보아야 한다
… 등대(燈臺)에 ……
불이 보이지 않아도
거저 간직한 페시미즘의 미래를 위하여
우리는 처량한 목마 소리를 기억하여야 한다
모든 것이 떠나든 죽든
거저 가슴에 남은 희미한 의식을 붙잡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서러운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두 개의 바위 틈을 지나 청춘을 찾은 뱀과 같이
눈을 뜨고 한 잔의 술을 마셔야 한다
인생은 외롭지도 않고
거저 잡지의 표지처럼 통속하거늘
한탄할 그 무엇이 무서워서 우리는 떠나는 것일까
목마는 하늘에 있고
방울 소리는 귓전에 철렁거리는데
가을 바람소리는
내 쓰러진 술병 속에서 목메어 우는데
학창시절이나 지금이나 역시 시는 어렵다!!
여전히 내용을 알 듯 말 듯, 이해 될 듯 말 듯..^^
한국전쟁 이후의 불안, 절망, 좌절 등에 기인한 허무주의가 반영 된 작품
& 영국 여류 작가 버지니아 울프의 죽음을 애도하는 시 정도로 해석하면 된다고..
버지니아 울프 Virginia Woolf (1882~1941)
1910~20년대 활동 했던 대표적인 모더니즘 작가이며 영국 최초의 페미니스트로 평가되는 여류 작가.
유서를 남기고 주머니에 돌을 가득 채운 후 강으로 들어가 자살하며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했다.
버지니아 울프가 절망적인 현실 때문에 인간에 대한 가치와 신뢰를 상실하고 죽음을 택할 수 밖에 없었 듯,
시인의 현실 역시 전쟁으로 인해 모든 가치가 상실되어 그만큼 절망적이었음을 비유하고 있다고..
박인환문학관 내부는 시인이 주로 활동했던 장소들 위주로 영화 세트장 처럼 만들어져 있다.
1945-1948년 종로 낙원동에서 운영했던 서점인 "마리서사",
김수영 시인의 모친이 충무로에서 운영했던 빈대떡집인 "유명옥"
예술 문화인들이 출입하던 봉선화다방, 모나리자, 동방싸롱, 포엠 등..
1945~1955년 즈음의 서울 풍경이 이랬구나 싶다.
한국전쟁 전후의 서울 풍경이 예상보다 훨씬 현대적이었구만~
박인환 시인의 가족 및 지인들과 함께 촬영 된 사진.
1950년대에 찍은 사진들이 이렇게 남아 있다는게 새삼 대단하게 느껴지네..
박인환 시인의 생애가 31년으로 워낙 짧고, 본격적으로 사회 활동을 한 시기는 겨우 10년 뿐이라서 기록물이 많지는 않은 것 같다.
시인의 대표작 "목마와 숙녀"는 1955년 발표, "세월이 가면"은 1956년 사망 며칠 전 발표되었다고 한다.
박인환 시인의 시 "세월이 가면" 은 1976년 발표 된 박인희 가수의 노래로 유명하다고 하는데,
이전에 들어 본 적이 없어서 찾아봤다. 들어 보니 무척이나 옛날감성~
마지막으로 박인환 시인의 시 "세월이 가면" 옮겨 보면서 포스팅 마무리..
-세월이 가면-
지금 그 사람의 이름은 잊었지만,
그의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어
바람이 불고 비가 올 때도
나는 저 유리창 밖 가로등 그늘의 밤을
잊지 못하지
사랑은 가고 과거는 남는 것
여름날의 호숫가 가을의 공원
그 벤치위에
나뭇잎은 떨어지고
나뭇잎은 흙이되고
나뭇잎에 덮여서
우리들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의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어
내 서늘한 가슴에 있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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