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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구경하기

삼각산 길상사, 서울의 가을에 빠지다!!

by 밝은햇님 2018. 1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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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상사의 가을 풍경


날짜: 2018년 11월 5일


길상사 위치: 서울시 성북구 선잠로 5길(성북동 323번지)


1970년대 말 우리나라 3대 요정으로, 밀실정치의 산실로 유명했던 삼청각, 청운각, 대원각.

그 중 하나인 대원각이 지금의 길상사가 되었다. 

당시 대원각의 여주인이었던 김영한은 "무소유"로 유명한 법정스님께 대원각을 시주하였고,

1997년 길상사라는 이름을 갖게 되어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는..

역사가 오래 된 고찰은 아니지만, 그 못지 않은 유명세를 지닌 절, 길상사..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동네에 자리 잡은 지 8년이나 되었는데 이제서야 가 봤다ㅠ

집에서 걸어서 30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였어~    

 

"삼각산 길상사"

대학로 혜화역에서 성북동 방향으로 30분 걸어 올라가니 길상사 일주문이 나온다. 

산 속에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대로변 고급 주택가 구경하며 잠깐 걸으니 바로 등장하네..

  

길상사는 창건 스토리 부터 그 역사가 참 흥미로운 절인데..

오늘은 늦가을 길상사의 너무 멋진 단풍들 때문에 그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 묻힌다. 

   

아~ 진짜 예쁘다!!!


혼자 다니는 산책길은 가끔 외로울 때도 있지만, 감동을 온전히 느낄 수 있어 좋은 점도 있다. 

특히나 사진 찍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같이 가는 사람을 지루하게 만들 수도 있어 더 조심해야한다^^  


본격적으로 길상사 돌아보기~


<길상사 극락전>

일반 사찰 처럼 화려한 단청과 그림들이 없으니 소박한 느낌이 드는..

조용하고 깔끔하고 단정한 분위기, 참 마음에 든다. 

(그런데 자꾸만 옛날 요정이었던 시절의 화려함이 상상 되는건 뭐냐..)


극락전 왼쪽 길로, 법정스님 진영각과 길상화보살 공덕비가 있는..


숲 속의 작은 계곡과 곳곳의 전각들, 우아한 다리가 만들어 내는 풍경이 정말 멋지다. 

이게 서울 도심 속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이라고??!!

지금에 와서는 이 아름다움을 누구나 공유할 수 있게 되었지만, 처음 이곳이 조성되었을 당시의 쓰임새를 생각하면 왠지 살짝 씁쓸하다.    


<시주 길상화 공덕비>와 사당



오늘날의 길상사를 있게 한 "김영한" 여사에 대해..

1916년 출생

1931년 기생으로 입문(16세)

1936년 백석 시인과 만남

1939년 백석 시인 만주로 떠남

1955년 성북동에서 대원각 운영

1987년 7000평의 대원각 터와 40여동 건물 시주(당시 시가 1000억 상당)

1997년 길상사 창건과 함께 법정스님으로부터 "길상화"불명 받음

1999년 사망


김영한 여사는 백석 시인과 3년 정도 연인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1937년 씌어진 백석 시인의 시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의 나타샤는 김영한으로 추정된다고..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백석-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조곤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백석 시인이 만주로 떠난 이후 두 사람은 평생 다시 만나지 못했다고 한다.

(백석 시인은 북한에서 1996년 돌아가셨다고..) 

김영한 여사는 죽는 날 까지 백석 시인을 잊지 못하고 백석문학상까지 만들었는데..

백석 시인도 같은 마음이었기를.. 순정만화적인 희망을 가져 본다. 안타까워ㅠ


길상사 곳곳에 요 보라색 꽃이 예쁘게 많이 피었던데.. 

이름이 뭔지 모르겠네..

 

법정스님을 기리기 위한 <진영각>


법정스님의 유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길상사를 창건하신 스님이 법정스님이었구나..


법정스님의 유골이 모셔진 곳이라고..


길상사 주요 전각들 둘러 보고, 천천히 가을 풍경 감상하며 걷기~


빨갛기만 한 것도 아니고, 노랗기만 한것도 아니고.. 

온갖 색들이 참 조화롭다..  

 

일반 사찰에서는 볼 수 없는 이런 건축물들이 특색있다.


다시 극락전으로 돌아왔다. 


이쁘다 이뻐~

화려했을 과거와 너무나 대조되는 오늘의 소박함..


극락전 앞마당..


동자승 조각상도 귀엽네..


스님들 뒷 모습이 평화롭다. 


여기 넘 이뻐~

옛날 화려했던 그 시절을 돌아 볼 수 있게 하는..


사람들을 피해서 사진을 찍어서 그렇지, 월요일 오전 시간임에도 사람들이 꽤 많았다. 

단풍철인 요즘, 주말에는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붐빈다고.. 


언젠가 꼭 해 보고 싶은 "템플스테이"


<길상7층보탑>


길상7층보탑은 1600년대에 건립된 것으로 추정되며, 이 곳에는 2012년 세워졌다고..

 

날씬하고 예쁜 관세음보살상^^


<지장전>

3층에 지장보살이 모셔져 있고, 아랫층에는 도서관과 카페가 있다. 

길상사 부속 건물 중 가장 최근에 지어진 것으로 보인다. 

지난 주, 북악성곽길 걷던 날, 숙정문 쪽에서 내려다보이던 그 건물이 이거였군..

그 때, 여기가 길상사가 맞는지 확인해보자고 마음먹었던 것이 계기가 되어 오늘 길상사 나들이에 나선 것^^


길상사 산책 마치고 나가려는데, 밖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계속 멈추게 하는 단풍~


오늘 처음 둘러 본 길상사는 애초부터 절의 기능을 위해 만들어진 곳이 아니라서 굉장히 이색적인 느낌을 주는 곳이었다. 이렇게 예쁜 절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아기자기하고 아름다운 공간이다. 보통 절에 가면 멋지다고 감탄하는데, 길상사는 멋지기 보다는 예쁘다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절이다.  앞으로 자주 찾게 될 것 같다. 

*아래 링크는 길상사의 환상적인 가을 풍경 사진으로 간단히 만들어 본 동영상 입니다. 

https://youtu.be/hA2gIeI-m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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